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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⑱: 김수영, 눈

1. 김수영이고자 발버둥 친 시인 김수영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에 대한 강신주 교수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김수영은 김수영이려고 발버둥 친 시인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긍정한 시인이다. 그가 자신을 자신으로 살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체의 것에 저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신을 사랑하려면 자신을 부정하는 모든 것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으니까. 정치권력이나 자본주의는 노골적으로 우리를 지배하려고 하고, 일상의 도처에서 우리를 길들이고자 기회를 엿본다. 자유의 시인 김수영은 자신의 삶을 부정하게 만드는 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적이 도처에서 산재해 있어서일까. 그는 1968년 6월 16일 비운의 교통사고로 새상을 떠날 때까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교육/시&소설 2024.08.28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⑰: 김현승, 눈물

1. 눈물의 시인, 김현승김현승의 시에는 눈물이 많습니다. 감사와 회개와 그리움의 눈물들. 그러나 그의 눈물은 슬픔에 휩싸여 있기보다는 정결함으로 충만합니다. 그의 시에서 눈물은 단순한 슬픔의 상징을 넘어, 인간의 고통과 그로부터 오는 구원, 그리고 생명에 대한 깊은 인식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그의 눈물을 마주하면 우리의 감정은 고양되기보다 정화됩니다. 눈물은 우리 삶의 새로운 씨앗이자 열매가 됩니다. 2. 김현승, 눈물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

교육/시&소설 2024.08.28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⑯: 김종길, 성탄제 聖誕祭

1.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감정보다는 책임감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우리가 부모의 위치에 설 무렵이 되면 ‘나’의 많은 부분이 아버지의 사랑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깨닫죠. 김종길의 성탄제는 이러한 발견을 담고 있는 시이기도 합니다.  2. 김종길, 성탄제 聖誕祭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 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

교육/시&소설 2024.08.28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⑮: 김춘수, 꽃

1. 저마다 다른 꽃을 피우는 시김춘수의 ‘꽃’은 누군가에는 철학적 물음을 담은 시로, 누군가에는 사랑의 시로, 누군가에는 자아실현의 시로 받아들여집니다. 해석의 폭이 넓고 그만큼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시죠. 한 편의 시가 시를 마주하는 사람마다 다른 꽃을 피우게 만든다고 할까요. 한번 감상해 보시죠. 2.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교육/시&소설 2024.08.27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⑭: 박두진, 해

1. 생명력과 신비로 가득찬 세계 박두진의 시는 자연에 대한 경외와 찬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생명력과 신비로 가득 찬 존재로 묘사하며,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생명의 힘과 숭고함을 표현하려는 시인의 노력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여기서는 그의 대표작 ‘해’를 만나 보겠습니다. 2 . 박두진, 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해야, 고운 해..

교육/시&소설 2024.08.27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⑬: 박목월, 나그네

1. 시로 만나는 평화로운 경험 박목월은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입니다. 그의 시를 읽는 것은 마치 조용한 자연 속에서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깊고 평화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외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낭만적 유랑의식을 그의 시 ‘나그네’로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2. 박목월,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삼백 리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1946. 6).출전 : 《청록집》 3. 이숭원, 해설 이 시는 일제 말에 조지훈의 완화삼玩花衫>에 대한 화답시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대해, 일제 말기에 쓴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그당시 농촌의 피폐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술 익는 ..

교육/시&소설 2024.08.27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⑫: 김광균, 추일서정 秋日抒情

1. 성공한 사업가. 그러나 시인으로 기억해 주길.김광균은 시인으로도 유명하지만 사업가로도 유명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두고 이런 말들을 합니다. “그가 기업에 투신하지 않고 계속 시업에 몰두했더라면 우리나라의 현대시문학사는 얼마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실제로 1950년 6.25전쟁 때 동생이 납북되고 그는 사업을 떠맡게 되는데 그가 이끈 ‘건설실업’은 성장을 거듭해 60년대에 이르러서는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는 무역협회 부회장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고, 70년대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이사직을 맡기도 했죠. 그의 시적 재능을 아까워한 문단의 친구들은 틈틈이 시를 쓰라고 권유했다고 하네요. 후에 그는 자신의 삶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사업은 생계를 위해 종사했을 뿐, 사..

교육/시&소설 2024.08.26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⑪: 조지훈, 승무

1. 인간의 내면과 예술  모든 예술은 인간의 내면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일한 갈래와 소재여도 예술을 구현해 낼 이의 내면에 따라 대상이 달리 인식되기도 하고, 동일한 예술작품을 대하더라도 마주하는 이의 내적 세계에 따라 면모가 달리 인식되기도 합니다. 여기 한 여승의 춤이 펼쳐집니다. 그녀가 입은 고깔, 두 볼에 흐는 빛, 까만 눈동자. 그리고 이를 마주한 시인. 그리고 그의 시를 마주한 우리. 조지훈의‘승무’는 여러 내면이 포개져 나비처럼 흔들립니다.  2. 조지훈, 승무    얇은 사紗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

교육/시&소설 2024.08.26

교육 보드게임7! 귀여운 케릭터들과 함께하는 순발력 게임! 유령대소동

1. 유령대소동 오늘은 쉽고 가볍게 할 수 있는 '유령 대소동'이라는 게임을 소개하려 합니다. 2-3분 정도 배우면 바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7살 정도면 충분히 함께 즐길 수 있고, 약간의 배려만 해준다면 5살 정도만 되어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흔히 말하는 "순발력 게임"이에요. 게임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빠르게 올바른 물체를 식별하고 잡는 것인데, 규칙이 간단해 모든 연령대가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같은 물체를 잡으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웃음은 이 게임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또한 귀엽고 익살스러운 일러스트와 나무로 만들어 고급스러운 블록도 게임의 매력 요소입니다.   아이들과 '유령대소동'을 함께 게임을 진행할 때 어떤 분위기일지는 아래 영상을 참고해..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⑩: 윤동주, 소년 少年

1. 순수로 나를 돌이키고 싶을 때 시는 마음의 투영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쓴 시는 읽는 이의 마음마저 맑고 투명하게 만듭니다. 마음이 고단하고 심사가 복잡할 때 이런 시를 감상해 보세요. 스며드는 순수로 내면의 소음은 사라지고 고요한 평온으로 나를 물들일 수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에는 맑고 순수한 정서가 담겨 있고 인간의 순수함과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전해지며, 투명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개 그의 대표작 '서시'를 기억하지만 소년이란 시도 잠시나마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2. 윤동주, 소년 少年   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

교육/시&소설 202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