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배우기: 생로병사(1)
1. 궂기다: 상사가 나다. '죽다'의 존댓말. 잃에 해살이 들어 잘 되지 아니하다.
누군가 죽은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부고 訃告' 또는 '부음 訃音'이라 하는데 이를 '궂긴 소식'이라 합니다. '궂기다'는 '궂다'에서 갈라진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궂다'는 원래 날씨가 좋지 않거나 일이 잘 안 되어 언짢고 나쁜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궂다'가 '눈이 멀다'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눈이 멀면 세상상의 햇빛을 더 이상 볼 수 없죠. 그래서 사람의 죽음을 '눈을 감다'라고 하는 것처럼, 사람이 죽는 것을 '궂기다'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한편 '궂기다'가 '사람을 죽게하다'는 뜻의 타동사로 쓰이게 되면 '궂히다'가 됩니다.
(예시) 음주 운전은 자칫 자신을 궂기고 남을 궂히어, 사랑하는 가족에게 궃긴 소식을 던져주는 행위입니다..
2. 꽃무덤: 아까운 나이에 죽은 젊은이의 무덤.
'꽃'과 '무덤'은 그 느낌이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말이다. 하지만 두 말이 합쳐짐으로써 가슴 아련한 정서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꽃무덤'은 절절한 사랑을 못 이루고 떠난 슬픈 영혼, 또는 불의에 항거하다가 비명에 쓰러져 간 의로운 영혼들을 떠올리게 하는 말입니다.
(예시) 외할머니 산소로 올라가는 오솔길 옆에는 다복솔 우거진 틈 사이로 꽃무덤 하나가 외롭게 놓여 있다.
3. 등걸음치다: 시체를 옮기다. 죽어서 나가다.
운반되는 시신의 등이 땅 쪽을 향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말입니다. 죽어서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다소 해학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 어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등덜미를 잡혀 휘몰려 가는 것도 '등걸음치다'라고 합니다. 죽어서건 살아서건 등걸음치는 것은 썩 좋은 일이 아닌 듯 합니다.
(예시) 난리 통에 남정네란 남정네는 죄다 시구문(屍口門)으로 등걸음쳐 나갔다.
4. 땅보탬: 사람이 죽은 뒤에 땅에 묻히는 것을 일컫는 말.
죽음에 대한 가장 자연스러운 '은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화장(火葬)이 일반화되어 땅에 직접 묻히는 일이 많이 줄어든기 했지만, '땅'을 거대한 자연 전체로 본다면 화장을 하여 재로 변하는 것도 모두 '땅보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시) 그가 이십 년 넘게 객지를 떠돌다가 가까스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늙고 병들어 사시랑이가 된 그의 어머니는 땅보탬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5.먼가래: 객사한 송장을 임시로 그곳에 묻는 일.
'먼가래'에서 '가래'는 원래 흙을 파헤치거나 떠서 던지는 도구를 말하는데, 무덤을 파서 송장을 묻는 일을 빗대는 말로 쓰였습니다. 예전에는 시신을 보관하거나 옮기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객사한 송장은 대부분 먼가래를 하였으며, 객사한 송장을 곧바로 선산에 묻지 못하는 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한편 가래로 떠낸 흙을 '가랫밥'이라고 합니다. 또 가랫밥을 멀리 가게 하는 가래질은 '먼가래질'이라 합니다.
(예시) 어느 겨울날 아침, 외삼촌은 도회지 주변의 개울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동네 어른들 몇 분이 먼가래를 하러 떠난 사이, 외할머니는 실신을 하여 근처 병원으로 실려 가셨다.
2024.09.12 - [교육/어휘력 공부] - 우리말 배우기: 사물의 이름 편(3)
2024.09.12 - [교육/시&소설] -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 스물여섯 번째: 김종삼, 민간인 民間人
'교육 > 어휘력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 배우기: 사람의 행위 편(1)- 가리 틀다, 가살, 얄망궂다, 강다짐, 강울음, 건사하다. (2) | 2024.09.20 |
---|---|
우리말 배우기: 생로병사(2) - 몸풀이, 쉰둥이, 시난고난, 발덧 (2) | 2024.09.20 |
우리말 배우기: 사물의 이름 편(3) (1) | 2024.09.12 |
우리말 배우기: 사물의 이름 편(2) (6) | 2024.09.11 |
우리말 배우기: 사물의 이름 편 (1) (8) | 2024.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