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어휘력 공부

우리말 배우기: 사물의 이름 편 (1)

education guide 2024. 9. 10. 15:42

우리말 배우기: 사물의 이름 편(1)

한 나라의 문화적 힘은 그 나라 말의 어휘수와 그 어휘의 세련미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말은 어휘의 총량은 많지만 열 가운데 일곱은 한자말이죠. 게다가 나머지 셋도 일본말이나 영어 같은 외국말의 때에 절어 있습니다. 피하기 어려운 역사적 배경도 있지만, 지배층의 책임도 큽니다. 한자말이나 일본말, 그리고 영어를 우리 말글살이에 마구 끌어들인 것은 민중이 아니라 사대주의에 취한 일부 지배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말에도 신분이 있다고 하죠. 평범한 백성으로부터 스스로를 구별 지으려 애쓰는 사람들은 말글살이에서도 뭔간 남다르게 보이기를 좋아합니다 조선 시대 이전의 지배층은 어려운 한자말을 마구 쓰는 것이 높은 신분과 학식을 뽑내는 일이라 여겼고, 일제의 침략에 동조하면서 부귀를 누리던 이들은 앞장서서 일본말을 마구 퍼뜨렸습니다. 또한 해방 뒤부터 지금가지는 영어 구사 능력이 신분을 결정 지는 중요한 잣대가 되면서 일상적인 말글살이에서도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쓰는 풍조가 자리를 잡고 말았습니다. 어느 시대에는 외국말글이 우리말보다 '높은 신분'을 누렸습니다.
 
여기서는 우리말 어휘력을 우리말 단어들을 배워보려 합니다. 우리말의 다채로움과 가치를 배우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소개할 내용의 대부분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아주 좋은 책입니다. 꼭 기회될 때 정독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럼 우리말 배우기 첫 번째, 사물의 이름을 만나보겠습니다.

 

1. 가을부채: 철이 지나 쓸모 없게 된 물건

'하로동선'이라는 한자성어가 있습니다. '여름철 난로와 겨울철 부채'라는 뜻인데, 즉 철에 맞지 않아서 쓸모없는 물건을 말합니다. '가을부채'와 같은 말이죠. 겨울부채라고 하지 않고 가을부채라 하는 것은 '한발 늦음'과 같이 때를 놓쳤음을 드러내기 입니다. 
 
(예시) 신고를 받은 지 두 시간 만에 경찰이 현장이 나타났다. 범인이 종적을 감춘 뒤였다. 그들의 대응은 마치 가을부채같았다

가을부채

 

2. 거스러미: 손톱이 박힌 자리 위에 살갗이 거슬려서 일어난 보풀 같은 것

나무의 결 같은 것이 얇게 터져 일어나 가시처럼 된 부분 또한 거스러미라고 합니다. 마루에 거스러미가 일어나면 발바닥에 박혀서 상처가 나기 쉽다. 어떠 일에서 사소한 부분에 말썽이 일어나는 경우도 거스러미라 할 수 있죠.
 
(예시) 지난날 교실 마룻바닥에 왁스칠을 했던 것은 이 나무 거스러미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거스러미

3. 검불: 마른 풀, 낙엽, 짚 부스러기 따위처럼 마구 헝클어진 것의 총칭

검불은 주로 실속이 없고 정도되지 않은 것들이지만 대부분 불에 잘 타는 것들입니다. 검불은 흔히 하찮고 허접스러운 것처럼 여겨지는데, 검불 가운데서도 자잘한 짚 부스러기나 흩어진 낱알 같은 것을 '팃검불'이라 합니다.
 
(예시) 이 세상의 온갖 희로애락이 팃검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은 때로 사회적인 약자의 존재를 당연시하게 만든다.

검불

 

4. 더껑이: 걸쭉한 액체의 거죽에 엉기어 굳거나 말라서 생긴 꺼

죽이나 풀을 쑤어서 한참 동안 가만히 놓아두면 표면에 엷은 막이 생깁니다. 이처럼 걸쭉한 액체의 거죽이 엉기어 굳거나 말라서 생긴 꺼풀을 '더껑이'라고 합니다. 오래된 찌든 때를 가리키는 '더께'와는 구별해야 합니다.
 
(예시) 백숙을 쑤어놓고 남편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죽에 더껑이가 생겨버렸어.
 

더껑이

5. 더께: 몹지 찌든 거친 때

더께는 비눗물로도 좀처럼 닦이지 않는 찌든 때를 말합니다. 오래된 가구나 가전제품에 앉은 때가 바로 그렇습니다. 몸시 찌든 물체에 낀 속의 때는 '속더께'라고 합니다. 또한 더께는 사람의 태도나 처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늙고 병들어 늘 방안에 있는 사람을 농으로 이를 때 '구들더깨'라고 하며, 방 안에만 들어붙어 있고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사람을 농으로 '구들직장'이라고 합니다. 직장(直長)은 조선 시대의 종7품 벼슬 이름이고요. 
 
(예시) 그 두 사람 사이에는 십 년이 넘도록 쌓인 미움이 더께처럼 쌓였다.
 

 
 

출처: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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