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배우기: 사람의 행위 편(1)
1. 가리 틀다: 잘 되어가는 일을 방해하여 틀다.
‘사촌이 논을 사도 배 아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사람을 빗대는 말입니다. 그런데 남이 잘되는 꼴을 보고 단지 배 아파하는 것은 시기하는 마음의 소극적인 표현입니다. 그런 마음이 더 적극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가리를 트는’ 것입니다. ‘가리 틀다’는 ‘가리다’와 ‘틀다’가 붙어서 된 말로, ‘남의 횡재에 대하여 무리하게 한몫을 청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가리가 들다’는 방해물이 끼어든다는 뜻이므로 구별해야 합니다.
(예시) 국내 최대 재벌이 당근과 채찍으로 노조 결성을 가리 틀었다.
2. 가살: 말씨나 하는 짓이 얄망궂고 되바라짐.
말씨나 하는 짓이 얄망궂고 되바라짐
‘얄망궂다’는 사람의 성정이 요망하여 까다롭고 얄미운 것을 뜻합니다. 요즘에는 줄여서 ‘얄궂다’라고 씁니다. 그런 사람의 성질을 ‘가살’이라고 하며, 그런 성질을 가진 사람을 ‘가살꾼’, ‘가살쟁이’라고 부릅니다. ‘가살 부리다’, ‘가살 떨다’, ‘가살 피우다’의 형태로 주로 쓰입니다. 또한 가살 부리는 태도가 있는 사람의 행위를 ‘가살지다’라고 합니다.
(예시) ‘망국 위기’라고 가살 피우는 것은, 여론 조작이다.
3. 강다짐: 까닭 없이 남을 억누르고 꾸짖는 것
억지로 남을 무리하게 굴복시키는 것을 ‘우격다짐’이라고 합니다. ‘강다짐’은 이 ‘우격다짐’과 비슷한 뜻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보다 여러 가지 뜻으로 쓰입니다. ‘까닭 없이 남을 억누르고 꾸짖는 것’을 ‘강다짐하다’라고 하며, ‘보수를 주지 않고 억지로 남을 부리는 일’ 또한 ‘강다짐’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와는 조금 다르게 ‘억지로 맨밥만 먹다’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예시) 강다짐하여 아이를 주눅 들게 하면 결국 반발심만 불러일으킵니다.
4. 강울음: 눈물을 흘리지 않고 건성으로 우는 울음
‘밤새도록 울다가 어느 초상이냐고 묻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초상집 분위기 때문에 밤새워 거짓 울음을 울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강울음’과 ‘건울음’이 바로 그런 것이죠. ‘강울음’은 억지로 힘들여 우는 것, 또는 부자유스런 울음 등이 이에 속합니다. ‘건울음’은 건성으로 우는 것입니다. ‘강-’이 접두어로 쓰일 때 ‘억지’, ‘호된’, ‘부자유스런’, ‘메마른’ 등의 뜻이 있습니다. 또는 ‘그것만으로 이루어진’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강울음’, ‘강다짐’ 등의 ‘강-’은 억지의 뜻이 있고, ‘강추위’의 ‘강-’은 ‘호된’의 뜻이 있습니다.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강술’이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강-’은 ‘그것만으로’의 뜻입니다. ‘강보리밥’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시) 그 집 며느리는 영전 앞에서 그렇게 울더니. 알고 보니 다 강울음이었어.
5. 건사하다: 자신에게 딸린 것을 잘 돌보아 거두가. 잘 간수하여 지키다.
제게 딸린 사람, 제 소유의 물건 따위를 잘 간수하고 거두는 것을 말합니다. 집 안, 화초 따위를 잘 손질해 가꾸는 것, 마음 속의 꿈을 소중하게 가꾸어 나가거나 몸을 건강하게 잘 유지하는 것 모두가 건사하는 것입니다. 또한 아랫사람이나 고용자에게 일을 시킬 때 막연히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일거리를 챙겨 주는 것도 ‘건사하다’라고 합니다.
(예시) 제 몸하나 건사하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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