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배우기: 사물의 이름 편(2)

우리말 배우기: 사물의 이름 편(2)

 

6. 맏물: 그해에 맨 먼저 나온 과일이나 곡식, 해산물 따위

 한 집에서 맨 먼저 태어난 아이를 '맏이'라고 하지요. 짐승의 첫 번째 새끼를 '맏배'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공장에서 맨 먼저 만들어낸 물건도 맏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주 쓰이는 '햇곡식'. '햇과일'이라는 말보다는 범위가 넓은 말입니다. 맏물과 비슷한 말로 '첫물'이 있는데, 새로 지은 옷을 입고 빨 때까지의 동안을 뜻하기도 합니다. 맏물의 반대말은 '끝물'이죠.

 

(예시) 우리 회사 사옥에는 회사 설립 당시 맏물로 나온 제품 몇 가지가 기념물로 전시되어 있다. 

맏물

7. 미늘: 낚싯바늘에 가시랭이 모양으로 된 갈고리

미늘은 한번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게 된 이치를 뜻하기도 합니다. 한편 기와나 갑옷덮개조각처럼 윗조각의 아랫부분이 아랫조각의 윗부분을 덮어 누르게 달려있는 것을 '갑옷미늘'이라 합니다. 이는 물고기의 비늘과 흡사한 것입니다.

 

(예시) 부모의 학력 수준이 자녀에게 세습되는 사회에서, 하류 서민들에게 교육은 대를 이어 족쇄를 채우는 미늘일 뿐이다.

 

미늘

 

8. 반지기: 쌀 같은 곡식이나 어떤 물건에 다른 잡것이 섞여 순수하지 못한 상태의 것.

반지기는 제 홀로 쓰잊 않고 '뉘반지기'. '흙반지기', '모래 반지기' 따위처럼 다른 명사 뒤에 붙여서 씁니다. 섞여서는 안 되는 것이 많이 섞여 있음을 나타내는 말인데 조금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 있죠. 한푠 '뉘반지기'에서 '뉘'는 쌀 속에 섞인, 겨가 벗겨지지 않은 벼 알갱이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쓸모없는 것이 끼어든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예시) 보릿고개에 흙반지기, 뉘반지기 한 말을 빌려 먹은 게 길미를 쳐서 가을에는 햅쌀 서 말을 갚아야 하니 이만저만한 횡포가 아니다.

 

9. 버력: 광석이나 석탄 따위를 캘 때 쓸모없이 버려지는 돌멩이

광석이나 석탄을 캘 때 광물이 섞여 있지 않은 돌은 버리게 마련인데 이것이 바로 '버력'입니다. 또한 저수지를 파거나 바다에 방파제를 만들 때, 바닥에 기초를 만들기 위하여 물속 바닥에 넣는 잡다한 돌멩이 또한 버력이고요. 별로 중요하지 않은 허접스러운 물건을 빗대기도 합니다. 한편 만들어 사용하던 물건이나 도구가 못 쓰게 되어 버려지는 경우네느 이를 '버림치'라고 합니다.

버력

 

(예시) 가끔 희귀한 보석이 벼력에 휩쓸려 버려지기도 한다.

 

10. 버캐: 액체 속에 섞여 있던 염분이 엉기어 뭉쳐진 찌꺼기.

메주를 담근 간장독 속에는 간장 위로 허연 찌꺼기들이 떠 있죠. 이것은 소금 성분이 엉켜져 뭉쳐친 것으로, 간장독뿐만 아니라 음식 찌꺼기가 쌓인 수채 부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오줌을 담아둔 그릇에 엉겨 붙은 허연 물질, 또는 가라앉은 찌끼는 '오줌버캐'라고 합니다. 

 

(예시) 서리꽃이 내려앉은 오지 뚜껑을 열면, 허연 버캐 덩어리와 함께 고추 서넛이 간장 위에 둥둥 떠 있다.

 

 

 

출처: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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