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소설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⑰: 김현승, 눈물

education guide 2024. 8. 28. 14:20

1. 눈물의 시인, 김현승

김현승의 시에는 눈물이 많습니다. 감사와 회개와 그리움의 눈물들. 그러나 그의 눈물은 슬픔에 휩싸여 있기보다는 정결함으로 충만합니다. 그의 시에서 눈물은 단순한 슬픔의 상징을 넘어, 인간의 고통과 그로부터 오는 구원, 그리고 생명에 대한 깊은 인식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그의 눈물을 마주하면 우리의 감정은 고양되기보다 정화됩니다. 눈물은 우리 삶의 새로운 씨앗이자 열매가 됩니다.

 

2. 김현승, 눈물

김현승 (1913-1975,  향년 62 세 )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출전 : 《김현승 시초》(1957)

 

3. 이숭원, 해설

 

시인이 사랑하던 어린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기독교의 신앙으로 승화시켜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에게 닥치는 불행한 국면조차 신의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청교도적인 견인의 정신이 담담하고 절도 있는 어조로 표현된 작품이다. 1950년대의 한국시에서 드물게 보는 기독교적 명상시에 속한다.

 

1연은 서술어만으로 이루어졌는데 주어는 물론 눈물이다. 시인은 눈물을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라고 했다. 그것은 눈물을 하나의 씨앗으로 본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면 작은 겨자씨 하나로도 무성한 나무를 이루어 많은 사람이 그늘에서 쉴 수 있다는 성경의 구절에서 암시를 얻어 만들어진 시행이다. 옥토는 단순히 비옥한 땅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충만한 자신의 마음을 가리킨다. 신의 마음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마음은 옥토가 될 수도 있고 척박한 땅이 될 수도 있다. 화자는 자신의 마음이, 눈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옥토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2연에서는 눈물을 자신이 지닌 가장 순수하고 완전한 생명으로 미화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가장 절실한 감정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순수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웃음은 거짓 웃음도 지을 수 있으나 눈물은 감정이 솟구칠 때 비로소 맺혀진다. 그러기에 그것은 나의 전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3연과 4연에서 눈물은 가장 값진 것, 가장 나중 지닌 것으로 다시 강조된다. 어쩌면 하느님은 자신의 가장 절실한 감정의 응결물인 이 눈물을 빚어내기 위해 나에게 시련과 불행을 안겨 주는 것인지 모른다. 인간은 불행을 통해 순수한 영혼에 도달하는 존재인지 모른다. 행복에 젖어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고마움과 위대함을 망각할 때가 많다.

 

5연에서 화자는 자연현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비유하여 말했다. 이것은 성경의 기록자들이 흔히 사용한 방법이다. 나무에 꽃이 피면 사람들은 아름답다 하는데 화려한 꽃은 언젠가 지게 되어 있으며 꽃 진 자리에는 열매가 맺힌다. 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기 위한 중간 단계의 산물이다. 웃음과 눈물의 관계도 바로 이와 같다고 시인은 생각한다. 꽃이 지면 열매가 맺듯이 웃음이 지나면 눈물이 맺히게 된다는 것이다. 나무에게 꽃보다 열매가 더 소중한 것이듯 사람에게도 웃음보다 눈물이 더 고귀한 것이다. 웃음은 사람을 가볍게 하지만 눈물은 사람을 더욱 성숙하게 하고 더욱 맑은 영혼으로 인도해 간다.

 

화자는 꽃과 열매의 관계를 웃음과 눈물의 관계로 역설적으로 전이시킴으로써 자신의 기독교적 신앙심을 더욱 고양시킬 뿐 아니라 인생론적 측면에서도 독자들에게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 생의 비극적 단면에 직면하여 눈물 흘리는 보통 사람들도 눈물이 인간에게 열매와 같은 것이라는 시인의 말에 위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눈물을 통해 재창조되고 더욱 맑은 영혼을 갖게 된다. 모든 인간은 웃음을 추구하지 눈물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을 역으로 이야기하면 웃음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지만 눈물은 일부러 만들어 낼 수 없는 인간의 가장 절실한 감정의 결정체이다. 이런 점에서 눈물이 나의 가장 나중 지닌 것이라는 시인의 말이 신앙의 한 경지에서 나온 진실의 표현임을 이해하게 된다.

 

2024.08.28 - [교육/시&소설] -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⑯: 김종길, 성탄제 聖誕祭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⑯: 김종길, 성탄제 聖誕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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