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뇌과학 그리고 공부

감정曰 "공부여 나를 따르라~"

education guide 2024. 8. 15. 17:15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계용묵의 "구두"라는 수필이 있습니다. 지금 학부모라면 기억할 것 같네요. 당시에는 구두를 오래 신으려 뒤축에다가 징을 박고는 했습니다. 또그닥 또그닥 구두 소리가 유난히 커졌죠. 글쓴이가 그런 구두를 신고, 창경궁 곁담을 끼고 내려오던 날이었습니다. 바쁜 일이 있어 서두르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앞서 걷던 이십 대 여인이 있었는데, 또그닥 또그닥 소리가 급히 다가오자 조심히 고개를 돌려 확인하더니 별안간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글쓴이는 오해를 샀구나 싶어 그냥 여자를 앞질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좀 더 걸음을 빨리합니다. 그런데 웬걸요. 여인의 걸음도 점차 빨라지기 시작한 겁니다. 이 삼보차이인 지라 글쓴이는 조금 더 서둘러 지나가려 합니다. 그런데 웬걸요. 여인도 온 힘을 다해 걷기 시작하죠.

 

제가 고등학생이던 1990년대에는 희극적 작품으로 이 수필을 배웠는데, 지금에서 다시 보니 오히려 여인의 두려움이 더 이해가 갑니다. 어쩌면 여인은 소중한 이와 함께 걷던 창경궁 돌담길을 완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고,  퇴근길 창경궁을 거닐며 하루를 되짚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끼어든 구두소리 하나가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죠. 사실은 오해에 불과했지만요.

 

이처럼 감정은 우리 마음속 계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계획, 해석, 판단 전반에 영향을 주고 선택을 이끌어 가죠. 감정을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인간의 뇌는 위험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을 통해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불안과 두려움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다만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은 위험 대처를 우선으로 두기에 생각의 시야를 좁힙니다.우리의 삶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위험 회피의 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삶을 돌아보면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뱀이나 야수를 발견하면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회피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었지만, 물과 식량 고갈과 같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 앞에서는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새로운 땅에 대해 도전을 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가능성을 기회로 바꾸며 도전해야 하는 순간, 가장필요한 것은 긍정이었습니다. 그러한 긍정이 지금 우리를 야수보다 더 강한 생태계 존재로 거듭나게 해 주었지요.

 

또한 워싱턴 대학교의 Cystal C. Hall 연구팀은 긍정적 감정이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을 확장시킨다는 연구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뉴저지의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서는 먼저 대상을 둘로 나눈 후에 한 그룹에게만 자신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상기시키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후에 무료 급식소 앞에 경제적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신청서를 놓아두었습니다. 누구나 신청만 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다만, 별다른 안내는 하지 않음으로써, 어느 그룹이 기회를 더 잘 포착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높인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20%나 높게 지원 프로그램을 발견했습니다. 또 이 가운데 80%는 지원서를 챙길 만큼 적극적이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은 기회를 포착하는데도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인 것이죠. 이는 학습자의 긍정적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도 중요할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

 

실제 긍정적 감정은 관점을 넓히고 힘든 상황조차 기회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긍정적인 사람의 사고는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이며, 개방적이며, 미래지향적입니다. 동기부여에 있어서도 큰 힘으로 작용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 긴장 두려움이란 감정을 동력으로 나아가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부모가 재촉하고 다그치는 공부는 대개 이러한 감정에 기반 합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방식의 공부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긍정적 감정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공부는 지속가능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긍정적 감정을 키울 수 있을까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실험에서도 등장했던 것처럼 이전의 긍정적 경험들을 떠올려 보는 일입니다. 행복했던 상황, 보람있던 활동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긍정적 감절은 보다 풍성해집니다. 그리고 다시 그런 경험에 다다를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그 감정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저의 앞선 강의 ‘자기주도학습 뇌과학을 만나다 실천편2’에서는 ‘감사노트 작성하기’를 강조했습니다. 감사노트는 이러한 원리를 구체화한 활동입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에 그날의 소중한 사건들과 활동 경험들에 생각을 집중해 보는 일은 우리를 긍정적 감정으로 이끕니다. 나아가 이를 지속적으로 꾸준히 기록하는 일은 우리의 학업 능력과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끕니다.     

 

저 역시 어린 두 아이와  함께 매일 잠들기 전 감사노트를 쓰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아빠, 저를 웃겨주어 감사해요.  퇴근하고 들어올 때 뽀뽀를 해주어 감사해요. 두 아이의 말이 도리어 저의 삶을 풍성하게 이끕니다. 귀찮음을 무릅쓴 채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결국 두 아이의 감사와 그 아이들에 대한 저의 감사가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죠.

 

기억하세요. 긍정적 감정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더 성공적인 공부로 이끕니다.

 

2024.08.15 - [교육/뇌과학 그리고 공부] -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좀 쉬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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