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질문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다음 □에 들어갈 수 있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요? (사전에 수록된 단어만 해당)
개□식
저는 총 11개를 찾았는데, 여러분은 몇 개를 찾으셨나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가장 먼저 떠올린 단어가 욕설은 아니시죠? 대개 사람이 무얼 떠올릴 때는 삶에서 가장 익숙하고 자주 맞닿은 부분을 떠올리는 법입니다. 아닐 거라 믿습니다ㅎㅎ)
□에 들어갈 글자를 채워보신 분이라면, 여러분이 그 자리를 글자로 채우기 앞서, 이미 자리를 채우고 있던 ‘무엇’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무엇’이란 바로, 여러분의 호기심입니다. □를 호기심으로 채우지 못한 분들은 그냥 지나쳤을 테고, 호기심으로 채운 분들은 몇몇 노력을 기울였을 겁니다. 이처럼 호기심은 생각을 이끌고 구체적인 행위를 유발합니다. 호기심이 뇌를 활발히 움직이게 하는 것이죠.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을 호기심으로 이끄는 수업은 더 높은 학습효과를 얻습니다. 관련하여 ‘호기심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그루버의 실험을 보겠습니다.
그의 연구팀은 호기심이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고 싶어서 3단계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1단계(Screening phase)에서 연구팀은 112개의 간단하지만 다양한 퀴즈를 준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퀴즈를 쓰윽 훑어보고는 퀴즈와 관련해서 답을 알고 있는 정도와, 실제 정답에 대해 얼마나 궁금한지를 점수로 매겼습니다. 2단계(Study phase)에서 참가자들은 fMRI(기능자기공명영상) 장치에 들어가 그 안에서 다시 퀴즈를 제시 받았습니다. 14초 동안 스스로 답안을 생각 하고, 14초 후에는 정답을 확인했으며, 연구팀은 그 과정에서 이들의 뇌 활동을 관찰했습니다. 3단계에서 참가자들은 확인했던 퀴즈의 정답을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호기심이 유발되는 정도에 따라 뇌의 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중뇌(SN:흑질 / VTA: 복측피개영역) 부분의 활동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참가자들의 호기심이 높은 퀴즈의 경우에는 71%의 확률로 정답을 기억했지만, 그렇지 않은 퀴즈의 경우 54%로 기억률이 떨어졌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이 우리의 신경계통과 인지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는 실험이었습니다.
이때, ‘복측피개영역’이란 용어를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전 글에서 보상회로를 설명할 때 등장했던 영역입니다(https://brunch.co.kr/@soundgood3/44). 호기심에 의해 활발해지는 뇌의 영역들은 선물을 받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할 때처럼 외적 보상을 받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일치합니다. 이는 곧 우리의 뇌가 호기심에 의해 도파민 활성화를 이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호기심은 인지적 보상을 기대하며 새로운 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하지만 오늘 진짜 다루고자 하는 진짜 주제는 이것이 아닙니다. 과연 호기심은 어디까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이 핵심이지요. 호기심은 가도, 수업내용과 관련 없는 선생님의 농담이나 잡담은 어떨까요? 오히려 수업 바깥 요소로 인해 학습을 산만하게 만들지는 않을까요? 아니면 제목처럼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는 학습 효과를 높여줄 수 있을까요?
호기심은 어디까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학습내용과 관련이 없는 그냥 호기심이어도 배우는 일에 도움이 될까요? 그래서 연구팀은 실험에 한 가지 요소를 추가합니다. 퀴즈가 시작되고 정답이 제시되는 시간 사이에 2초간 다양한 인물사진을 보여주었죠. 다음처럼요.
실험이 끝난 후에는 마찬가지로 시험을 치렀고, 중간에 등장했던 인물사진에 대해서도 얼마큼 기억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호기심이 높은 퀴즈일 경우,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낯선 얼굴임에도 기억할 확률이 4%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호기심이 가득한 상태의 우리 뇌는 연관성이 부족한 정보여도 집중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즉, 호기심이 생긴 뇌는 도파민에 의해 인지적 보상을 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여러 정보가 능동적 효율적으로 수용되는 것이죠.
그러니 학생들이 졸려할 때는 잠깐 짬을 내어 재밌는 퀴즈를 내거나, 선생님의 첫사랑에 대한 썰을 한 번쯤 풀어주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겁니다. 아니, 도리어 탁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죠. 학생들의 잠도 깨우고, 학습 효과도 높이고, 그리고 옛 추억도 떠올려보고! 일석 삼조랄까요?
다만 너무 몰입해서는 첫사랑 이야기는 45분, 수업은 5분. 이러지는 마시고요. 과유불급입니다.
+ 제가 찾은 단어 11개입니다.
"개교식, 개기식, 개량식, 개로식, 개막식, 개업식, 개통식, 개자식, 개장식, 개조식, 개항식 "
혹 이 밖에도 찾으신 단어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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