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의 내용(학습전략⑧ 인출 연습에 다양한 변화를 주라)과 관련하여 오늘은 관련된 연구를 조금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Doug Rohrer & Kelli Taylor의 2007년 연구 “The shuffling of mathematics problems improves learning” 입니다.
덕 로러는 지금은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심리학 교수지만, 이전에는 고등학교에서 수학 교사로 근무하였습니다. 그래서 수학을 소재로 한 학습 능력 향상 연구가 많고, 오늘 논문에서도 수학 문제 풀이에 관한 두 가지 실험이 등장합니다.
실험①: 시간적 분포(간격 vs 집중)에 따른 학습과 반복 학습(대량집중연습 vs 소량집중연습)의 학습효과를 확인하는 실험.
먼저 모든 학생들은 순열을 계산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런 후에 간격학습 그룹(Spacers)은 1주차에 2문제(Set1), 2주차에 2문제(Set2)를 연습한 후에 3주차에 시험을 치릅니다. 대량집중연습 그룹(Massers)은 1주차에 4문제(Set1,2)를 한 번에 풀고 2주차에 시험을 치릅니다. 소량집중연습 그룹(Light Massers)은 1주차에 2문제(Set1)만 학습하고 2주차에 시험을 치릅니다. 시험문제지는 연습문제에 없던 5개의 새로운 문제로 구성됩니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가 중요하게 관찰되었습니다. 첫째, 대량집중연습 그룹과 소량집중연습 그룹 간에 시험 점수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연습량은 두 배나 차이가 났는데 말이죠. 물론 대량 연습 문제가 2개가 아니라 10배 정도 차이가 났다면 점수 차이도 커졌을 수 있지만, 학습자의 학습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 대비 좋은 학습전략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시간 간격을 둔 학습의 높은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우리의 학습 환경은 대개 대량집중연습 방식이 적용되고 있는데 다양한 학습 상황에서 간격 효과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험②: 동일한 문제 유형 연습과 혼합된 문제 유형 연습의 학습효과를 확인하는 실험
이 실험에서 학생들은 4개 도형의 부피를 구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를 위해 1주일 간격으로 3번의 활동에 참여하는데, 1·2주차에는 연습 시험, 3주차에는 본 시험을 치릅니다.
먼저 동일유형 연습 그룹(Blockers)은 1·2주차에 각각의 도형 부피 구하는 법을 배울 때마다, 배운 도형에 해당하는 연습문제 4문제를 바로 풀었습니다. 반면 혼합유형 연습 그룹(Mixers)은 모든 도형의 부피 구하는 법을 먼저 다 배운 후에, 각 도형에 해당하는 연습문제 하나씩 총 4문제를 풀었습니다.
결과를 정리하면, 1·2주차 연습기간에는 동일유형 연습 그룹이 29% 높은 성취를 보였습니다. 배운 후 즉시 문제를 푸는 상황에서는 많은 연습이 효과를 발했습니다. 하지만 3주차, 실제 최종 시험에서는 혼합유형 연습 그룹이 무려 43%나 높은 성취를 보였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를 앞선 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드렸습니다.
수학 교과서에는 한 단원의 내용을 암기하고 동일한 유형의 문제를 풀어 연습하는 방식이 집중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말 시험지는 여러 문제가 뒤섞여 나오죠. 결국 이것이 어떤 종류의 문제인지 구분하고 적절한 해법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안 드리는 학습전략⑧ 인출 연습에 다양한 변화를 주라 입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는 Tip⑰ 여러 단원의 문제 유형을 섞어 풂으로써 ‘바람직한 어려움’ 효과를 유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뇌를 자극하고 활성화 시키기 때문). 또한 한 과목을 너무 집중적으로 몰아서 공부하기보다는 Tip⑱ 두 과목 이상을 번갈아 공부하며 변화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은 하나에만 집중하여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집중적인 반복을 통해 빠르게 익숙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망각 역시 빠른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고, 필요할 때 이를 떠올려서 활용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조금 더 힘이 든다 하더라도, 연습 사이에 시간 간격을 두고, 다른 학습들과 교차해 변화를 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Doug Rohrer & Kelli Taylor의 두 실험은 동일한 학습량 안에서도, 학습 간격을 달리하거나 연습 문제의 유형을 섞음으로 학습효과를 훨씬 높일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왕 공부할 거, 더 효과적으로 우리의 뇌에 많은 것을 남길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게 좋겠죠. 그러니 오늘부터 수학 공부 할 때, 여러 문제를 뒤섞어서 보세요! 분명 실력이 는다는 것을 느끼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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