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소설

황동규, 달밤(2024년 고1 9월 모의고사)

education guide 2024. 9. 4. 10:38

1.  황동규, 「달밤」

 

황동규(1938-, 향년 87세)

 

누가 와서 나를 부른다면

내 보여주리라

저 얼은 들판 위에 내리는 달빛을.

얼은 들판을 걸어가는 한 그림자를.

지금까지 내 생각해 온 것은 모두 무엇인가.

친구 몇몇 친구 몇몇 그들에게는

이제 내 것 가운데 그중 외로움이 아닌 길을

보여주게 되리.

오랫동안 네 여며온 고의춤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두 팔 들고 얼음을 밟으며

갑자기 구름 개인 들판을 걸어갈 때

헐벗은 옷 가득히 받은 달빛 달빛.

2. 감상

 

시적 화자는 헐벗은 채 얼은 들판 위를 걷고 있습니다. 이런 화자를 달빛이 비춰주고 있죠. ‘얼음, 헐벗은 옷, 혼자라는 시어를 통해 화자가 부정적 상황 속에서 처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비추고 있는 달빛을 통해 상황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긍정적 인식으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의지를 다지고 있죠.

 

먼저, 1행에서는 누가 와서 나를 부른다면하고 가정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온다면 무언가를 단단히 보여주겠다고 말하죠. 그 무언가는 3, 4행에서 드러납니다.

 

저 얼은 들판 위에 내리는 달빛을.

얼은 들판을 걸어가는 한 그림자를

 

그것은 달빛과 그림자입니다. 이 두 가지는 화자의 의지를 형상화하는 시어들이죠. 얼어 붙은 들판은 어떤가요? 춥고 시리고 고통만이 가득할 것 같은 곳이죠. 하지만 화자는 발견합니다. 얼어붙은 들판을 환한 달빛이 충만하게 채우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달빛이 만들어 둔 자신의 그림자를요. 얼어붙은 들판만 걷고 있는 줄 알았더니, 환한 달빛을 받으며 걷고 있었던 화자는 스스로를 성찰하며 다짐하게 됩니다.

 

 

우선 묻습니다. ‘지금까지 내 생각해 온 것은 모두 무엇인가’. 자신이 살아온 길, 옳다고 생각해 택해 온 길, 꿋꿋이 걸어온 길,  생각 끝 그 길들은 결코 외로움의 길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친구 몇몇'과 같이 자신에게 소중한 이들에게는 확신을 가지고 그 삶을 보여줄 수 있겠죠 .

 

또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랫동안 네 여며온 고의춤에 남은 것이 무엇이냐고요. 고의춤이란 아껴둔 소중한 진심을 말합니다. 어른신들은 고의춤에  잃어버리면 안될 것들, 돈 같은 것들을 조심히 넣어 다녔습니다. 화자는 스스로에게 묻죠.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도 소중히 지켜온 것이 무엇이냐고, 그리하여 지난 시간동안 너의 삶에 남긴 것은 무엇이냐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그가 두팔 들고 헐벗은 옷으로 얼음 들판을 걸어갈 때 그에게 남은 것은 다행이 무(無)가 아닙니다. 갑자기 구름이 개이고 얼은 들판이 드러날 때, 친구 몇몇은 보게 될 것입니다. 비록 헐벗은 옷과 같이 힘들고 버거운 상황을 몸에 걸치고 걷는 화자이지만 어두운 상황이 뒤덮지 못한 화자를요. 그를 가득히 채운 것은 것은 달빛, 달빛이기 때문이죠. 그의 고의춤에 남은 것은 한가득 달빛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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