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2011년도 수능 언어영역 이호철, '나상'
북한군의 포로로 되어 만난 형제가 이송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간단한 줄거리>
어느 여름 저녁 베란다에서 '나'는 '철'에게 6 · 25 때 북한군의 포로로 잡혀 함께 이송되었던 형제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형'은 27살, 동생 '칠성'은 22살이다. 어릴 적 부터 형은 둔하고 위태위태하도록 솔직하며 좀 모자란 편이었다. 그런 형을 아버지는 단념하였고, 어머니는 그런 형을 불쌍하게 여겼으며, 동생은 그런 형을 거만하게 대했다. 전쟁이 터지고 형과 동생은 국군으로 참전했으나, 각각 포로로 잡히고 만다. 그리고 후방으로 인계되어 가는 길에 우연히 서로를 만난다. 동생은 상황에 맞지 않는 어수룩한 행동을 하는 형을 여전히 탐탁치 않게 여기지만, 끝없이 애정으로 자신을 대하며 헌신하는 순수한 형의 진면목을 이해하며 마음이 열린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중에 형이 동생에게 다리가 이상하다고 한다. 이튿날에도 형은 다리를 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진다. 함박눈이 내리는 어느 날 밤에 형은 불현듯 동생에게 말하길,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을 형으로 여기지 말고 무조건 모른 체하라고 당부를 건넨다. 이 말에 동생은 평소의 형 마냥 울먹이지만 이날따라 형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형은 더는 걷지 못한 채 털썩 주저앉았고, 뒤에서 경비병은 가차 없이 따발총을 휘갈겼다. 형은 앉은 채 꼬꾸라졌다. 이야기를 마친 '철'은 '나'에게 어릴 적 자신과 형의 이야기라 고백한다.
<감상평>
손익에 치밀한 현대 사회의 기준에서 보면 형은 약간 모자란 사람에 속합니다. 흔히 팔푼이라고도 하죠. 그러나 손익을 떠나 그의 됨됨이를 보면 진실의 양상은 달라집니다. 속된 세상이 무시하고 천시하는 한 사람의 모자람은 사실상 고결한 인간애로 가득차 있습니다. 형의 곱디 고운 마음 가락은 스스로 무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자처하던 동생의 심경에도 흘러들죠. 결국 모자란 인간에게서 넘쳐나는 인간성이 주위 사람까지 인간미로 물들게 합니다. 심지어 적군조차도 웃게 하죠. 그럼에도 전쟁의 잔혹함은 이러한 인간애를 꼬꾸라지게 합니다. 형의 마지막 모습에서 밀려오는 비애는 그 때문입니다.
2위 2003년도 모의고사 이청준, '눈길', 2017년도 고1 모의고사
눈길에서 깨닫는 어머니의 사랑
<간단한 줄거리>
중년의 화자인 '나'는 '아내'와 함께 궁핍한 생활을 하는 '노인'('나'의 어머니)이 있는 고향을 방문한다. 집안형편이 어려워학창시절에 어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자수성가한 '나'는 그동안 '노인'에게 아무런 마음의 빚이 없는 양 거리를 두었고, '노인'도 아들에게 어떤 부탁을 해오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마을에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지붕 개량 운동이 벌어지자 무슨 일인지 '노인'은 '나'에게 집을 새로 짓고 싶다는 소망을 넌지시 내비친다. 그런 어머니를 외면하는 '나'에게 '아내'는 '노인'에 대한 책임을 환기시키려고 일부러 '나'가 들리는 곳에서 '노인'에게 방의 옷궤에 얽힌 사연을 묻는다.
고향을 떠나 있던 고등학생 시절, '나'는 지독한 술버릇을 가진 형이 이전의 집을 팔아 넘겼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미 남의 손에 들어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집에 '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냐. 네가 누군디 내 집 앞 골목을 이렇게 서성대고 있어야 하더란 말이냐."
알고 보니 '노인'은 애써 찾아온 '나'에게 따뜻한 저녁 한 끼 먹이고 하룻밤을 재워 보내고 싶어 새 주인의 양해를 얻은 것이었다. 그때 텅비어 휑한 집안에 이불 한 채와 더불어 유일하게 남아 있던 것이 바로 그 옷궤였다. 아들이 왔을 때 옛집 살림살이를 흉내라도 내보려고 그때까지 옮기지 않고 있던 것이다.
아내와 '노인'의 대화에서 점점 '노인'에 대한 묵은 빚이 드러나자 압박감을 느낀 '나'가 대화를 끊으며 과거의 이야기는 잠깐 중지된다. 한데, 깊은 밤중 졸음 속을 헤매던 '나'의 귀로 어찌된 일인지 '노인'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리기 시작한다.
바깥이 환한 함박눈으로 가득 쌓였던 그날 새벽, 일찍 아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노인'은 무엇이 그리 아쉬웠던지 동구 밖까지만 바래다주겠다더니, 기어이 산을 넘어 면소 차부까지 도착했다.
이 대목까지는 '나' 역시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모른다. 갑자기 '나'는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아들을 떠나 보낸 후 '노인'은 넋 나간 듯 왔던 길을 돌아간다. 모자 외에는 아무도 지나간 사람이 없는 신작로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노인'은 올 때는 아들과 함께였던 그 춥고 외진 산길을 혼자, 아들의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눈물을 펑펑 떨군다......
<감상평>
2위로 선정해서 의외인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소 주관적임을 인정할게요. 하지만 2003년 모의고사에서 해당 지문을 풀면서 저를 포함해 수많은 수능생들이 훌쩍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후 2017년 고1 모의고사에서 다시 출제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모의고사 출제진으로서 '눈길'을 마주했기에 감회가 쪼 새로웠습니다.
이청준의 소설은 추리소설의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특성이 '눈길'에서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이 밝혀지는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부인하고 부정해도 어머니의 사랑은 결국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진리같은 것이랄까요. 노인이라 칭하며 아무리 타자화해도 결국 어머니께 나는 전부와 같고, 그런 어머니는 나의 근원일 수 밖에 없는 섭리. 몇 단락 남짓한 지문임에도, 그러한 진리가 순식간에 밀고 들어와서 수능생들의 어깨를 움찔움찔하게 만들었던 작품이 '눈길'입니다.
1위 2013년도 7월 모의고사 노희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영원한 이별 앞에서 발견하는 불멸할 가치들
<시놉시스>
“피곤해” 병원 일에만 신경 쓰는 가장, “밥 줘, 밥” 어린애가 되어버린 시어머니, “알아서 할게요” 언제나 바쁜 큰 딸, “됐어요” 여자친구밖에 모르는 삼수생 아들, “돈 좀 줘” 툭 하면 사고치는 백수 동생, 그리고.. 꿈 많고 할 일도 많은 엄마 인희. 영원히 반복될 것만 같았던 일상에 찾아온 이별의 순간. 아내, 며느리, 엄마, 누나인 인희와 이별을 준비하며 그들은 진짜 ‘가족’이 된다.
<감상평>
때로는 부재가 존재를 더 강렬히 증명합니다. 소원하던 가족들은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비로소 서로의 존재 의미를 깨닫습니다. 이별은 단순히 이별로 끝맺음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로 승화합니다. 학생들은 이 지문을 읽으며 왜 그토록 울었을까요? 파일을 첨부할 테니 직접 경험해 보길 바랍니다.
결국 우리를 울게 하는 것은 사람이고 가족임을 세 작품을 읽으며 깨닫습니다. 내 안에 물기를 쏙 빼놓고는 그 자리를 사람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채우네요.
2024.08.18 - [교육/공부법 Q&A] - 선생님. 영어 내신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요?(feat. 영어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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