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한민국 교육정책

헉! 소리나는 2024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education guide 2024. 8. 15. 17:34

국회 예산 시즌이 돌아왔다. 교육에서는 역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논란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24년 교육예산은 68조 8,859억 원으로 23년보다 무려 6조 8,748억 원이나 줄었다. 그 자체로도 헉 소리가 날 법 하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전출금이 작년보다 7,215억 원이나 늘었고 특별교부금으로 떼어갈 돈이 4,826억이나 늘었다. 세수 감소로  받을 돈은 줄고, 떼갈 돈만 느니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     

 

올해 도입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많은 목소리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교(고등교육)에 지원되는 돈이 너무 적어. 이래가지고 국가경쟁력이 제대로 갖춰지겠어? OECD 봐. 우린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초·중등교육)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학생 수도 줄고 있는 마당에. 이 돈을 대학교에 투자해야지! 

 

자세하고 부차적인 논의들은 생략했다. 단순해 보여도 저 두 가지가 결국 핵심이다. 팩트인지 아닌지를 점검하고 싶다면 ‘OECD 교육지표’를 참고하자. 널리 인용되고, 신뢰받는 자료다. 때마침 지난 9월, 2023 OECD 교육지표가 발표됐다.

 

 

먼저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을 보자. 실제 우리나라는 초·중등교육에서 OECD 평균보다 높은 지출을, 고등교육에서는 낮은 지출을 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비를 고등교육비으로 전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그러나 막상 통계를 발간하는 ‘OECD’가 이 평균 수치에 대해 몇 가지를 고려하라고 강조한다. 그 예로 22년도 교육지표 자료에서 멕시코의 학생 1인당 연간 공교육비는 $3,600 정도인 반면 오스트리아와 노르웨이는 약 $17,500다. 미국은 약 $19,500이고 룩셈부르크는 $25,400나 된다. 국가 간 격차가 아주 크다. 원인은 다양할 수 있으며 단순 평균만으로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요점이다. 만약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을 가지고 투자비용의 타당성을 비교하자고 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 선진국들을 선별하여 우리나라와의 지출 규모를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문에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보다 더 쉽고 적절히 국가 간 비교를 진행할 수 있는 자료는'GDP대비 공교육비 비율'이라 하겠다.

 

 

이 지표는 국가가 전체 자원에 비례하여 교육기관에 얼마만큼 투자하는지, 한 국가가 교육기관에 어떤 우선순위를 보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확인하고자 하는 사항에 더 적절한 참고가 되는데, 2020년 우리나라가 초·중등교육 단계에서 지출한 GDP 대비 정부재원 공교육비 비율은 3.3%였다. 그리고 OECD 평균도 3.3%였다. 규모면에서 우리는 적정 비율로 초·중등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 수가 주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이자는 논리의 옳고 그름은 보다 쉽게 점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183.6만 명을 찍은 후부터 21년 5,174.5만 명, 22년 5,162.8만 명, 23년 5,155.8만 명으로 지속적 감소 추세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예산이 줄지는 않았다.

 

21년도 558조원, 22년 607.7조원, 건전재정을 선언한 尹정부도 2023년에는 예산으로 639조원을 편성했었다. 꾸준한 상승세다. 국가 차원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교육청 차원에서 학령인구가 감소했더라도 물가상승과 의무지출비(경직성 예산)를 고려하면 단순히 사람 수와 예산을 비례해 산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대부분은 인건비, 학교 운영비다. 더더욱 학령인구를 기준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나라 대학교(고등교육)에 지원되는 돈이 너무 적어이래가지고 국가경쟁력이 제대로 갖춰지겠어? OECD와 비교해보라고정부가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비용이 평균에도 훨씬 못 미쳐.” 라는 목소리를 근거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을 통해 고등교육비를 확충하는 방안을 택했다. 초·중·고 학생들이 공부할 돈 떼어다가 대학생들  공부를 도와주겠다는 것인데, 물자가 넉넉할 경우에는 미풍양속이 될 법도 하다.  그러나 2024년에는 세수감소로 빵조각이 굉장히 줄었고, 이를 강제로 빼앗아 나눠먹으라고 강요하는 꼴이 됐다.

 

*(참고)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6조(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 ② 제1항에 따른 전입금은 「교육세법」에 따른 교육세 세입 예산액 중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5조제1항에서 정하는 금액을 제외한 금액에서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다.

 

진정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발전을 바란다면 옳은 방법이 아니다. 적은 빵조차 빼앗아 나누는 방식보다는, 다른 OECD 국가들처럼 적절한 양의 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GDP 1%에 준하는 정부 예산을 고등교육비를 위해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들이 대학 교육을 위해 OECD 국가의 두 배에 달하는 지출을 감내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리해야 한다. (한국 0.9%, OECD 평균 0.5%)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 지출 비용은 많지도 적지도 않다.

2. 고등교육에 있어서는 정부의 투자가 열악함에도, 민간이 이를 부담함으로서 상쇄하고 있다.

3. 고등교육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초·중등교육에 투자되고 있는 재정을 이전하고 있다.

4. 이러한 방식은 하석상대(下石上臺)에 불과하므로, GDP 1%에 준하는 정부 예산을 고등교육 재정 마련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