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권침해 논란 영상과 관련하여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인터뷰
☏ 진행자 > 제가 앞에서 말한 문제의 영상 직접 보셨습니까? 보시고 어떠셨어요?
네. 저는 슬프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했습니다. 영상만 보고 단정 짓기는 조심스럽지만.. 학생들의 문제 행동이 일회성이었을 거라고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무반응은, 타일러도 보고 나무라도 보고, 수차례의 지도에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 택하게 되는 길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그 선생님의 고충이 슬프게 다가왔고요. 또 학생들이 어떤 연유로 저렇게 행동했는지는 모르지만, 상대가 선생님이든 다른 사람이든 저렇게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점도 참 슬펐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의 출구가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 진행자 > 교실에서 웃통을 벗는다거나, 교단에 드러누워서 핸드폰을 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잘 믿기지가 않는데요. 지금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이시잖아요.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까?
학교들마다 편차가 있겠죠. 그런데 학생들이 선생님께 욕을 한다든지 침을 뱉는다든지 심할 경우 여선생님들께 성적 희롱을 한다든지 이런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진행자 > 문제 영상 속의 교사는 학생을 제지했는데도 말을 안 들어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수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이 아이들을 컨트롤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가 봐요?
아이들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고 하셨는데 학교에는 참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하거든요. 선생님보다 더 성숙한 자세로 같이 배워가는 학생들도 많고, 또 옆 친구의 부족함을 다독이며 함께 성장으로 이끄는 학생들도 정말 많습니다. 반대로 미성숙한 말과 태도로 어려움을 주는 학생들도 있죠. 중요한 것은 이처럼 다양한 개인으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질서를 유지하며 배움을 위해서는 일정한 약속과 규칙이 필요하고 그것을 지켜낼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영상에서의 선생님을 생각해 볼 때 나무라도 보고 타일러도 보셨는데 그것이 되지 않았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선생님이 가지셨느냐? 여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죠. 선생님들이 문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에 대한 법과 제도의 논의가 이뤄져 갈 필요가 있습니다.
☏ 진행자 > 이런 교실 분위기에선 제대로 수업을 하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점점 이렇게 교권이 떨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를 간단히 말씀 드리기는 쉽지 않은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교사가 교실에서 할 수 있는 교육적 권한이 상당히 부재한 것도 원인이고, 대한민국 교육의 목적이 상위학교 진학의 수단으로 전도되어 버린 것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배운다는 것은 여러 가지가 결합되어 있는 종합적 활동입니다. 지식을 배우고,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역량을 배우고,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문제해결력을 배우고,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서 민주시민으로서 책임을 배우고, 개인의 행위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배우고... 그런데 교육의 목적이 ‘입시’가 되어 버리면면. 학교는 상위학교 진학, 특히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적이 전부가 되면 성적 산출 과정에서 온갖 민원이 발생하고 이는 또 선생님들을 위축시킵니다. 좋은 수업보다 어떻게 줄을 세울 수 있을까 이런 평가를 설계하게 되고 교사의 전문성이 소실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사람과 사람의 소중한 만남이고 그런 관계가 돼야 되는데, 수단적 절차적인 관계로 치환되는 일은 교권 하락의 한 측면이 되기도 합니다.
☏ 진행자 > 예전에 저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공부를 잘하기 전에 사람에 대야 된다, 이런 말씀 많이 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그 부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인가 봐요.
요즘에 그런 말을 하기는 조금 쉽지 않습니다.
☏ 진행자 > 다음 질문 드릴게요. 그러면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서 건강하고 바람직한 관계가 만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께서 학생인권을 강조하면 교권이 침해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사실 둘은 상충되기보다 보완적인 것입니다. 학생 인권은 학생의 인권대로, 교권은 교권대로 잘 실현해 가는 게 중요합니다. 핵심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한 명의 인격으로서 존중받는 법과, 또 그만큼의 책무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권리만 강조되고 책임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선생님들께 문제사항에 대처할 교육적 권한을 선명히 부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영국 같은 경우에는 근신 압수 정학 퇴학 등 훈육적 처벌 권한이 상당히 보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자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역시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지도 권한에 대해 명확히 하는 과정들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태규 의원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이 교권을 침해할 경우에 학생생활기록부에 그런 것들을 기재하는 생활지도법안을 발의했고, 강득구 의원의 경우도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위해서 교사들의 권한을 명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이런 제도적 근간을 잘 구축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도 본인의 권리와 책임, 또 교사들도 책임과 권한에 대해서 사회적 협의를 발전시켜가는 과정들이 뒤따라야 합니다.
☏ 진행자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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