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한민국 교육정책

교육감 직선제 VS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education guide 2024. 8. 15. 17:21

022-7-28 국회 정책토론회 토론문을 다듬은 글입니다.

 

지난 11월 2일(목) 정부는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교육과 관련하여 주목할 부분이 몇있었다. 그 중 하나가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이다. 개정안까지 발의한 상황이나, 어찌 결론날 지 알수는 없다. 2028 대입개편 시안과 같은 큰 교육 이슈에 가려져 있으나, 교육자치와 관련하여 결코 가볍지 않은 의제다. 이에 교육감 직선제와 관련하여 기존 글을 다듬어 올린다.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 67p 
 

 교육자치란 일정한 지역의 교육사무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또는 대표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처리해 나가게 하는 제도다. 지방교육자치제는 해당 나라의 역사·정치·문화의 영향 아래 정립되어 왔다. 미국의 경우 식민지 시대와 서부개척시대에 형성된 개별 지역의 고립성과, 급속한 이민자 증가로 형성된 각 지역의 문화다양성으로 인해, 교육자치가 적극 발전한 나라인 반면 독일은 연방제도 하에서 주(州) 정부가 교육체제를 책임지고 있는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다르게 교육자치를 시행하지 않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교육자치를 미군정시기를 통해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였다. 미국 교육자들이나 영향을 받은 한국 교육자들이나 고도로 중앙집권적인 제도는 권위주의적 파괴나 조작에 취약하다고 믿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처럼 교육이 중앙권력에 종속될 경우 정치적으로 조종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우려대로 한국의 교육은 고도의 정치적 활동이 되어 버렸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부는 각각 국가 기구를 통제하고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 교육제도를 최대한 이용했는데, 학생들을 조직·동원하여 공공연하게 정부 정책을 지지하도록 가두행진을 하게 하거나 의견을 표명하도록 했으며 심지어 교육의 군사화까지 이뤄졌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한국에서 교육자치가 갖는 의미를 구성하고,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민주적 정당성과 교육의 자주성·중립성·전문성에 보다 집중하게 하는 연유가 되었다. 교육감 직선제가 낮은 투표율, 높은 무효표, 고부담 선거비용,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한 여러 논란을 수반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시도교육감 직선제 선출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우호적인 것도 정치의 도구로 전락했던 한국 교육의 슬픈 내력이 국민들의 인식 기저에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 2021

 

앞서 언급했듯 교육감 직선제가 드러낸 문제점들은 뚜렷하다. 하지만 임명제와 간선제가 노출한 문제들은 더욱 선명했다. 임명권자에 대한 종속, 교육전문성 결여, 적은 선거인으로 인한 금품선거 등. 대안으로 직선제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감 직선제는 처칠이 말한 민주주의와 닮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의 말을 응용하면 교육감 직선제는 최악의 선출방식이다. 지금까지 시도된 모든 선출 방식을 제외한다는 전제하에.  

   

결국 교육감 선출 방식은 한국의 교육·정치·문화·국민정서에 부합되게, 나아가 교육자치의 기본 정신이 구현되는 방식으로 결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이 대한민국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최선인 이유가 된다. 앞으로 논해야 할 핵심은 더이상 제도의 변경여부가 아니라 직선제의 문제점을 어떻게 최소화해 나갈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교육감 선거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덧붙여 실시된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시·도지사, 구·시·군의 장, 시·도의회의원, 구·시·군의회의원, 광역의원비례대표, 기초의원비례대표, 교육감선거, 국회의원 보궐 선거’까지 무려 7개 내외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짐에 따라, 교육감 선거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저하되고, 후보자의 교육 철학과 정책도 공유하기가 어려운 기형적 형태가 되었다. 높은 무효표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또한 교육감 선거는 정당 추천과 정당 관여만 없을 뿐 시·도지사와 선거 방식과 내용이 같다는 한계를 보였다. 똑같은 규모의 선거 비용을 쓰고, 똑같은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이익에 따라 보수·진보와 같은 정치 프레임을 쉽게 가져다 쓰고, 교육 정책에 대한 검증보다 유세 차량과 율동원을 동원한 경쟁적 홍보로 가득 차 있다.

 

전자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은 교육감 선거를 개별 실시함으로써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라는 목적을 달리하는 선거들을 구분 짓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선거 관리와 비용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 때문에 차선책으로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 동안 교육감 선거만을 구별짓는 일정한 지점, 국민의 관심을 따로 집중시키는 특별한 장을 조성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지역 공영방송을 활용해 전국이 동시에 ‘교육감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방 단위 선거임에도 국가적 차원의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고, 입시와 평가 안전과 환경 등 교육 현안과 관련해 동일한 쟁점과 주제로 토론을 실시함으로써 정책 선거의 무대를 확장할 수 있다. 각 지역 방송의 동시 방영은 교육자치 선거의 임팩트를 만들어 내고, 국민 관심도를 높이며, 후보자들이 자신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수 있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선거 운동 방식을 기존 정치인들의 형태를 따르지 않고, ‘교육 선거’로서 새로운 표준을 수립해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교육감 선거에 있어서만큼은 공익적 합의를 통해 정책 선거와 무관한 차량 유세·율동 선거 등을 과감히 생략하고, 진보·보수와 같은 정치 프레임을 쓰지 않기로 선언하는 등 정책선거를 천명하고 ‘교육선거 실천 협약(가제)’를 전개해 가는 것이다. 이는 선거제도 개선이 아닌 선거문화 개선에 해당하기에 후보들의 참여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공익적 약속에 동참한 후보와 반대로 불참하거나 위반한 후보를 언론과 시민단체가 점검·평가하여 국민에게 공시한다면, 후보자들은 선거 전략 차원에서도 참여를 고려하게 될 것이고 국민들에게는 교육감의 자질을 판단하는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쟁적이고 소모적인 선거비용의 상당부분을 절감하고, 정치 중립적 선거 풍토를 조성하며,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모범이 될 수 있는 선거사례를 형성하게 되는 의의가 있다. 물론 이는 단편적인 예이며, 교육감 직선제의 성숙을 위해서는 ‘교육제도 개선’과 더불어 ‘교육선거 문화’의 영역에서도 발전적인 실천 방안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2007년 2월. 교육감 직선제가 첫 시행되고 15년이 흘렀다. 직선제로 인해 학교의 문화와 일상도 상당 부분 발전했다. 그럼에도 선출과정과 운영과정에서 개선할 점은 많고, 부족한 만큼 교육자치가 더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교육자치’의 목적과 방향성을 올바로 붙들고 가는 것이다.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고, ‘민주주의·지방자치·교육자주’라는 지방교육자치의 헌법적 가치를, 온전히 지켜가는 것이다.        

 

<참고문헌>

1. 김현준, “미국 교육구와 학교의 관계”, 교육정책네트워크, 2015년 8월 26일자 게시 글.

2. 김흥주, “주요국의 교육감 선출제도와 그 시사점”, 『사학』, 2015 여름 통권 139호.

3. 마이클 세스, 『한국교육은 왜 바뀌지 않는가?』(학지사, 2020)

4. 김융수, 『교욱감 선거: 교육이 망가지는 이유』(선,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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