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소설

한국명작소설 읽기(13) 심훈, 상록수

education guide 2024. 10. 9. 16:28

1. 심훈(沈熏, 1901~1936)

 

심훈은 서울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1919년에 경성제일고보 재학 시절 3·1운동에 참가했다 체포되어 복역한 후 중국으로 망명합니다. 1921년 항저우 치장 대학교에 입학했고, 1923년 귀국 후 1924년 《동아일보》에 시나리오 <탈춤>을 게재하며 등단했습니다. 심훈 작가는 식민지 시대에 대한 저항정신으로 사실주의에 입각한 농민문학을 주로 창작했으며, 한국 농민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상록수》와 시집 《그날이 오면》이 있습니다.

 

2. 상록수 줄거리

1935년 상록수 초판본


박동혁과 채영신은 ○○일보사에서 주최하는 학생 계몽운동모임에서 만나 농촌 계몽운동에 전념하기로 한다. 동혁은 고향인 한곡

리로, 영신은 기독교 청년회 연합회 농촌 사업부 특파원 격으로 청석골이란 마을을 찾는다. 영신은 이곳에서 무리한 활동으로 건강이 쇠약해

져 동혁이 있는 한곡리로 잠시 요양하러 온다. 그곳에서 건강을 되찾은 영신은 동혁과의 사랑을 확인하고 앞으로 각자 삼 년 동안 마을의 기틀을 다진 후 결혼하자고 약속한다.

 

청석골로 돌아온 영신은 한글 계몽운동을 위해 예배당에 한글강습소를 차린다.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자 기부금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

난한 마을이라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영신은 주재소에 불려가 예배당이 낡았으니 공부하는 아이들을 80명으로 줄이고, 기부금 받는 것은 법률에 저촉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엄중한 경고를 받는다. 영신은 가르치는 학생 수를 줄여야 하는 문제로 고민에 빠진다. 처음에는 금을 그어 선착순으로 80명만 예배당으로 들이지만, 선착순 안에 들지 못한 아이들이 창밖에 매달려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을 보이자 창문을 열어 젖히고 칠판을 밖에서도 볼 수 있게 걸어 강습소를 찾은 모든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다.

 

그 후 영신은 어떻게든 학원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두 달 열흘 남짓 열심히 노력해 비록 마루만 깐 상태지만 아이들을 가르칠 곳을 마련하고 ‘청석학원’이란 문패를 내건다. 학원 낙성식에는 학부모들과 집을 짓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이 강당이 꽉 찰 정도로 모이지만, 영신은 인사말을 하다 쓰러져 동혁의 등에 업혀 병원으로 간다. 영신은 다행히 수술을 받고 깨어난다. 그때 동혁의 마을 한곡리에서는 일제의 사주를 받은 고리대금업자 강기천이 농우회원들을 매수하여 청년회 활동을 방해한다. 이를 보고 분을 참지 못한 동혁의 동생 동화가 회관에 불을 지

르고 도망가는 바람에 동혁이 방화죄로 대신 잡혀간다

 

영신은 건강을 돌보지 않고 무리하게 청년회 활동을 하다 쓰러져 결국 숨진다. 동혁은 출소하자마자 영신의 무덤을 찾

아 영신이 못다 한 농촌 계몽운동을 더 열심히 하겠노라 다짐하고 한곡리로 향한다. 그리고 동혁은 마을 어귀에 있는 상록수들을 보며 자신의 의지를 다진다.

 

3. 농촌 계몽운동에 모든 것을 바친 젊은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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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당시 농촌 계몽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박동혁과 채영신은 1930년대 농촌 계몽운동에 몸 바쳤던 수많은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당시 행해졌던 농촌 계몽운동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농민문학 소설이 문학적 감성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데 일조했습니다.

 

영신은 예배당에 한글강습소를 차리지만 주재소에 불려가 예배당이 낡았으니 공부하는 아이들을 줄이라는 경고를 받고 고민 끝에 금을 그어 선착순으로 아이들을 예배당에 들입니다. 그때 선착순 안에 들지 못한 아이들이 창 밖에 매달려서라도 공부를 하려고 하자 창문을 열고 수업을 합니다. 이렇게 모든 아이들을 다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동혁이 출소한 뒤 영신이 못다 한 농촌 계몽운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며 한곡리로 향하면서 바라본 동리 어귀에 우뚝 서 있는 상록수는 그 당시 젊은이들의 꼿꼿한 정신을 상징합니다.

 

 4. 배경과 주제

1931∼1934년 개최한 농촌계몽운동 ‘브나로드 운동’의 포스터

 

《상록수》는 1935년 《동아일보》에서 주최했던 농촌 계몽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작품입니다. 러시아에서 벌어졌던 ‘브나로드 운동’(‘농민 속으로!’라는 뜻)에 영향을 받은 농촌 계몽 소설입니다.

박동혁과 채영신이라는 두 젊은이의 민족의 장래를 위한 헌신적 노력과 역경, 그리고 생사를 초월한 고귀한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척박한 농촌을 계몽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두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은 자신들이 배운 지식을 가지고 관념이나 이론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가 농민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려 혼신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상록수》는 1930년대 농촌 계몽운동과 농민문학이 통합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인물

박동혁은 자신의 고향인 한곡리에서 계몽 활동을 하며 애인인 채영신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바친 농촌 계몽운동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하는 굳은 의지의 소유자입니다.

채영신은 청석골에서 농촌 계몽을 위해 헌신하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여러차례 투옥이라는 모진 고통을 겪다 결국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인물입니다.

강기천은 고리대금업자로 사리사욕을 위해 일제에 협력하는 인물입니다.

일본 순사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채영신의 농촌 계몽운동을 방해하는 악질적인 인물입니다.

 

 6.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한 박동혁과 채영신

최용신(崔容信) 1909∼1935 / 농촌 운동가.

 

박동혁과 채영신은 당시 농촌 계몽운동에 헌신했던 충남 당진의 심재영과 경기도 안산의 최용신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심재영과 최용신이 실제로 만난 적은 없습니다. 소설은 작가가 현실에서 있었음 직한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만약 심재영과 최용신이라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면 그 글은 역사, 또는 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대로 기록했더라도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감동을 주었겠지만, 소설처럼 더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작가는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이 읽고 감동받을 수 있도록 상상력을 발휘해 동혁과 영신을 사랑하는 사이로 만들어 소설 속에서 새로운 인물로 재창조했습니다. 농촌 계몽운동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기가 아니라 소설 형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7.  1930년대 젊은이들이 농촌 계몽운동에 목숨을 바친 이유

최용신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1930년대 샘골에서 아이들을 인솔하고 있다(뒷모습). 한국YWCA연합회 제공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인 1930년대 우리나라는 농경사회로 농민들이 전체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당시 농민들은 거의 다 소작농이 거나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젊은이들은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농민들이 글을 배우고 익혀 문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펜은 칼보다 무섭다는 말처럼 지식의 힘이 무력을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일제의 무력에 굴복해 식민지가 되었지만, 다수의 농민이 배우고 익혀 지식을 갖춘다면 조국의 독립도 그만큼 빨리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겁니다. 당시 젊은이들은 지식의 힘으로 조국 독립을 이루고자 농촌 계몽운동에 목숨을 바쳤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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