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소설

분석이 아닌 해설로 만나는 시 서른다섯 번째: 나희덕, 산속에서

education guide 2024. 9. 30. 12:20

1. 나희덕

나희덕(1966- )

 

충남 논산 출생으로 1989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모성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대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고 생명의 원리를 추구하는 서정적인 작품을 주로 창작하였다. 시집으로 뿌리에게(1991), 어두워진다는 것 등이 있고, 998년 제17 김수영문학상’, 2001년 제12 김달진문학상’, 9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학 부문, 2003년 제48 현대문학상’, 2005년 제17 이산문학상’, 2007년 제22 소월시문학상’, 2010년 제10 지훈상 등의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2. 산속에서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출전: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1999)

 

3. 이해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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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화자가 늦은 밤에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던 경험으로부터 얻게 된 깨달음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삶의 자세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화자는 늦은 밤에 길을 잃은 산속에서 막막함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화자는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을 보게 된다. 그 불빛은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며 화자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화자는 이 불빛에서 계속 길을 갈 수 있는 큰 힘과 용기를 얻는다. 화자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렵고 힘든 우리의 인생에서도 빛을 밝혀 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막막한 방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동시에 세상사에 길을 잃어버린 누군가에게 따뜻한 불빛이 되어 줄 수 있는 삶의 자세와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1~2연은 늦은 밤 산속에서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멀리서 밝혀 오는 불빛의 따뜻함과 누군가의 맞잡은 손의 소중함을 모르리라고 말하고 있다.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고난과 시련을 크게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힘든 시련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위로를 받을 경험이 많지 않기에 이웃의 따뜻한 인정은 느껴 볼 일이 많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어려움과 역경에 처해 있을 때 주변에서 내밀어 주는 손길은 정녕 큰 위로와 격려로 다가옴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이러한 따뜻한 인정의 소중함을 부정적 의미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부각한다. 3연에서는 어려움과 시련에 처한 사람만이 따듯한 인정의 소중함을 알 수 있으리라는 1~2연의 구절을 변주하여 반복함으로써 시적 구성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의 단조로움을 탈피하여 독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제공한다. 4연에서는 인생을 살다보면 고단하고 지틸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어렵고 힘든 우리의 인생에서 빛을 밝혀주는 존재가 있기에 막막한 방황 속에서도 우리의 인생을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4. 참고자료 <참된 인간성의 회복에 대한 갈망>

전통적 서정성의 계보를 이으면서 뛰어난 언어 감각과 생태주의적 관점을 통해 차분하게 세상을 노래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하는 나희덕은 삶에 대한 통찰과 깊은 사유를 보여준다. 삶이라는 것이 희망과 좌절의 끝없는 줄다리기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며 절망과 좌절의 한복판에 서서 고통을 감내하며 사랑을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참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임을 노래하고 있다.

 

별 기교나 수사가 없는, 담백한 시상 전개는 건강한 일상을 과장 없이 담담히 그려냄으로써 시적 성실성을 돋보이게 한다. 바람직한 삶의 지혜를 일상적인 언어로 형상화하여, 시인은 조화로운 삶을 향한 끊임없는 갈망을 그려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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