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나지도, 머무르지도 못하는 떠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과 머물러야 한다는 현실감. 우리는 늘 그 사이를 걸어갑니다.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고, 얽매인 현실에서도 벗어나고 싶지만 한 편에서는 지금껏 쌓아온 삶의 기반과 안정적인 내일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토록 복잡한 두 마음, 쉽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것만 같은데, 유치환의 시를 일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2. 유치환, 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1936.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