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이지 않는 벽 벽에 대한 은유는 여러 시에서 나타납니다. 벽은 대개 극복할 수 없는 제약, 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 절망적인 상황 조건 등을 드러내죠. 이 세가지가 모두 결합되어 처절한 상황 속에 있으나, 아비의 잠잠한 눈물로 승화되는 시가 있으니 바로 정지용의 유리창입니다. 자리하고 있지 않은 벽처럼 너머의 별빛도 찬란하게 비춰오는 유리창을 경계로 시인의 감정도 결코 넘어섬이 없어 황홀한 시 유리창을 만나 보겠습니다. 2. 정지용, 유리창 琉璃窓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