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죽었다 첫 문장 앞에 작가들도 한참을 서 있고는 합니다.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을 고르고 골라 한마디에 담기 위해서입니다.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는 첫 문장을 쓰기 위해 며칠을 고민했다고 하죠. 덕분에 임진왜란의 잔혹함과 민족의 수난사 속에서 우리는 다시 찾아올 봄을 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까지 합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가?’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일곱 글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만큼 무겁고 받아들이기 힘든 삶의 주제가 있을까 싶은데, 농담 건네듯 툭 하고 던집니다. 마치 남 이야기하듯이요. 그 결과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아버지라는 존재가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지닌 인물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