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

황석영, 삼포가는 길: 삼포는 가능성을 품은 한 사람, 한 사람

꽃은 아름답고, 열매는 성하나 용비어천가에 대해 알고 있나요? 세종 29년에 간행된 용비어천가 2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니,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가 많이 성하다.’ 그 후 500년이 지나 1970년대를 맞이한 한국 경제는 실로 풍성한 꽃과 열매를 맺었어요. ‘제1·2차 경제 개발 5개년계획(1962∼1971)을 추진하는 동안 연평균 8.6%의 고도성장을 달성하고, 경제규모는 3조 4191억 원으로 11배 이상 늘어나며, 1인당 국민총생산은 1961년 82달러에서 1971년에는 289달러로, 1977년에는 1천 달러를 넘어서는 호황을 누립니다. 그러나 화려했던 산업화의 이면은 심각했습니다. 극단적인 도시화로 농어촌은 해체되었고, 도시빈민, 농민, 노동자..

교육/시&소설 2024.08.17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 우리 사회의 해방일지

아버지가 죽었다    첫 문장 앞에 작가들도 한참을 서 있고는 합니다.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을 고르고 골라 한마디에 담기 위해서입니다.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는 첫 문장을 쓰기 위해 며칠을 고민했다고 하죠. 덕분에 임진왜란의 잔혹함과 민족의 수난사 속에서 우리는 다시 찾아올 봄을 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까지 합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가?’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일곱 글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만큼 무겁고 받아들이기 힘든 삶의 주제가 있을까 싶은데, 농담 건네듯 툭 하고 던집니다. 마치 남 이야기하듯이요. 그 결과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아버지라는 존재가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지닌 인물이 되..

교육/시&소설 2024.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