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삶의 변방에 서서 그늘을 노래한 시인천상병은 김종삼에 대해 '말없던 침묵의 사나이'라고 했습니다. 침묵의 사나이가 남긴 시를 읽으면 폐허의 삶을 시와 음악으로 버텨온 한 인간의 내면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는 말이 없었으나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230편이 넘는 시작품을 남겼습니다. 그 작품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위안을 주니 그의 침묵은 우리 속에서 여전히 말을 건네옵니다. 그 중 세 편을 만나보려 합니다. 2. 김종삼, 민간인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 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창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 출전 : 《시인학교》 (1977) 3. 이숭원, 해설 이 시의 첫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