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계용묵의 "구두"라는 수필이 있습니다. 지금 학부모라면 기억할 것 같네요. 당시에는 구두를 오래 신으려 뒤축에다가 징을 박고는 했습니다. 또그닥 또그닥 구두 소리가 유난히 커졌죠. 글쓴이가 그런 구두를 신고, 창경궁 곁담을 끼고 내려오던 날이었습니다. 바쁜 일이 있어 서두르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앞서 걷던 이십 대 여인이 있었는데, 또그닥 또그닥 소리가 급히 다가오자 조심히 고개를 돌려 확인하더니 별안간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글쓴이는 오해를 샀구나 싶어 그냥 여자를 앞질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좀 더 걸음을 빨리합니다. 그런데 웬걸요. 여인의 걸음도 점차 빨라지기 시작한 겁니다. 이 삼보차이인 지라 글쓴이는 조금 더 서둘러 지나가려 합니다. 그런데 웬걸요. 여인도 온 힘을 다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