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경쟁교육 NO!

3. 구조적 경쟁? 의도적 경쟁?

education guide 2024. 8. 15. 16:25

1) 구조적 경쟁

 
경쟁의 유형에 대해 살펴봅시다. 첫 번째 보시는 사진은 해병대 훈련소의 ‘선착순’입니다. 선착순 몇 명이라고 교관이 외치면 훈련병들은 죽어라 뛰기 시작합니다. 순위에 못 들 경우 반복되는 선착순에서 순위에 들 때까지 계속 뛰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쟁을 구조적 경쟁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하나 더 보겠습니다. 

 

이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협력하는데 익숙한 아이들입니다. 어울려 놀기도 좋아하고, 다른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의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구조적 경쟁으로 조성된 상황에 놓일 경우,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경쟁을 피하는 일은 불가능해 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석차등급과 대한민국수학능력시험입니다. 

 

 

1등급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느냐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과의 비교 속에서 상위 4%. 딱 4%에게만 주어집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앞서 본 해병대의 선착순과 참 많이 닮았죠? 이러한 방식으로 등수를 매기고 상을 주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유발하게 되는데, 외부 상황 설정에 의해 조성된 경쟁을 ‘구조적 경쟁’이라고 합니다. 

 

2) 의도적 경쟁

 

두 번째 유형을 볼까요? 그림 형제 동화의 53번째 이야기 ‘백설공주’에는 불쌍한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매일 마법거울에게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냐고 물으며 자신의 존재의미를 확인하는 ‘왕비’지요. 충분히 아름답고 한 나라의 왕비로서 모든 걸 가진 그녀지만, 무슨 이유인지 광적으로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살펴 볼 경쟁의 유형은 의도적 경쟁으로, 이는 외부상황이 아닌 내부, 즉 개인의 경쟁심과 관련된 것입니다. 즉 다른 사람에게 이기고자 하는 성향으로 의도적 경쟁심이 심한 사람의 경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끝없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습관을 갖게 됩니다. ‘순위를 매기는 강박’에 빠지는 것이죠.

 

이러한 의도적 경쟁은 백설공주의 마녀에게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의외로 대한민국 교실에서도 만연해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과의 경쟁’이라는 말로 이 ‘의도적 경쟁’을 내면화시키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요.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자면 언젠가 졸업식을 마치고 아이들이 모두 떠난 교실을 정리하던 날이었습니다. 어떤 아이가 두고 간 노트를 주웠지요. 버리고 간 것이겠지 하고 가볍게 펼쳐보았는데, ‘누구누구보다 내가 좋은 대학 가고 만다.'라고 적혀 있는 부분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경쟁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발견했던 기억이 납니다.

 

3) 경쟁교육 No!  이 달의 실천운동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 양 측면 모두에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합니다. 다만, 교사 학부모 학생이라는 개인으로서 우리가 수능을 없애거나 석차등급을 단번에 사라지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구조적 경쟁을 해소시키는 것은 개인의 영역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로서 학부모로서 학생으로서 우리가 배우는 활동의 진정한 의미, 또 함께하는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 시험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지 등 교육의 본질을 되새김으로써 의도적인 경쟁을 완화해 갈 수 있습니다. 그 예 중 하나로 기윤실 교육실천연구소에서 실시했던 경쟁교육 No! 이달의 실천운동’을 들 수 있습니다. 매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실천 운동을 추진함으로써 경쟁적 관점보다 교육적 관점을 교실과 학교에 심으려는 운동이었습니다.

 

 

시험기간에는 ‘포스터 부착 캠페인’ 등을 통해 시험의 목적이 비교와 줄 세우기가 아닌 배움과 노력의 확인임을 되새기고, 또 체육대회 기간에는 승리 못지않게 경기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 중요함을 되새시기도 하였습니다.

 

구조적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조직적인 운동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관련한 대표 사례로 시민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펼쳐 온 운동들이 있습니다. 경쟁고통의 심각성을 직시하기 위해 교육 고통 지표 조사를 추진하고, 학생들의 경쟁고통의 기저에 작용하는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 경쟁고통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하며, 이러한 경쟁고통을 해소를 국책과제로 반영할 것을 제안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경쟁교육의 핵심 원인인 대학서열화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입학보장제'와 같은 대학체제 개선안을 제시하는 등 실제적인 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 및 캠페인 등을 실행해 오기도 했습니다.

다음 편: 뇌과학 자기주도학습을 만나다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저는 다시금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과연 공부는 경쟁을 부추겨야만 집중력 있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정말 ‘남’과의 끝없는 비교만이 진정 높은 성취를 이끌어 줄까? 하지만 우리는 앞서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경쟁교육이 우리의 생각과 달리 비효율적이고 놓치는 것이 많은 소탐대실의 교육 방식임을요. 그렇다면 진정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에 그리고 성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과 학습 방식은 어떠한 것일까요? '뇌과학 자기주도학습'을 만나다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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