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헤아리기 힘든 길은 바로 사람 속입니다. 그리고 그 길 가운데서도 유독 변모가 심하고 끝을 내다보기 어려운 길은 우리 속에 있습니다. 나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명료한 선을 찾기란 참으로 어렵죠. 이상의 시 ‘거울’은 이러한 어려움을 다룹니다. 거울을 통해 사실상 마주하기 어려운 '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 이상, 거울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幄手를 받을 줄 모르는—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 구료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