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삶의 변방에 서서 그늘을 노래한 시인천상병은 김종삼에 대해 '말없던 침묵의 사나이'라고 했습니다. 침묵의 사나이가 남긴 시를 읽으면 폐허의 삶을 시와 음악으로 버텨온 한 인간의 내면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는 말이 없었으나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230편이 넘는 시작품을 남겼습니다. 그 작품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위안을 주니 그의 침묵은 우리 속에서 여전히 말을 건네옵니다. 그 중 세 편을 만나보려 합니다. 2.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